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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집 -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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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집 -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읻다

박연준 외 지음

2023-11-26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계속 씹으면 봄이 올 것 같고 더 오래 씹으면 꽃도 필 것 같다.
창밖. 여전히, 고요히, 어쩌면 영원히, 눈이 쏟아지고 있다.'

환하고 묵묵한 날에 무엇을 드시나요?
소설(小雪)의 계절에 찾아온
온기 나는 간식과 여섯 편의 이야기
(겨울 간식집) 문 활짝 열었습니다!

시절이 변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겨울의 풍경들을 모은 (겨울 간식집)이 읻다에서 출간되었다. 한국 문학의 장을 풍성하게 채우는 이름들, 박연준, 김성중, 정용준, 은모든, 예소연, 김지연 작가는 저마다 또렷한 작품세계처럼 다채로운 간식들을 하나씩 골라 꺼내어 놓는다.
겨울은 화려한 거리의 풍경을 뒤로하고 의뭉스러운 이들과 적적한 연말을 보내거나(〈귤락 혹은 귤실〉), 동상이몽의 가족 모임에서 벗어나 아늑한 얼굴들을 찾아 연시를 맞이하는(〈모닝 루틴〉) 도피의 계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면했을 많은 기회를 되새기며(〈포토 메일〉), 켜켜이 쌓인 추억과 영원의 다른 이름을 들여다보는(〈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 회고의 계절. 곁과 마음에 자주 타인이 머무는 이 계절에 우리는 영영 놓아버린 관계를 더듬어보거나(〈한두 벌의 다른 옷〉), 변함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안녕을 빌어보기도 한다(〈겨울 기도〉). 그리고 익숙한 모양새로 우리 앞에 놓일 간식들은 그 모든 풍경을 소환할 것이다.

<b>빨갛게 끓인 과일과 낯선 향이 걷힌 자리
박연준, 〈한두 벌의 다른 옷〉
‘나(여름)’는 10년 전 콜센터에서 일하며 친구 성희와 시를 배웠던 과거를 떠올린다. 시에 대한 진심은 수면 아래 둔 채 '시는 나중에 ‘진짜 소설’을 쓸 때 도움이 될까 싶어 배우는 것'이라고 서로와 자신을 속이던 나날들. 그러던 어느 겨울날, ‘나’는 성희의 소개로 ‘진짜 부자’, ‘진짜 문학도’라는 들뜬 소문과 신비감에 휩싸여 있는 인물 영혜의 작업실을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영혜가 끓여준 뱅쇼에서는 향기인지 악취인지 모를 냄새가 나고. 낯선 장소, 낯선 향, 낯선 사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나는 두근거리며, 냄새의 원인인 팔각을 몰래 주머니에 넣고 '주머니 속이 알 수 없는 붉음으로 물들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박연준 작가의 〈한두 벌의 다른 옷〉에서는 일상의 구원을 바라며 '타인은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순간, 끓는 순간 휘발되기 시작하는 어떤 마음의 핍진한 여로가 펼쳐진다.

<b>귤에 붙은 하얀 실의 이름은 귤락
김성중, 〈귤락 혹은 귤실〉
속초로 휴가를 떠나온 ‘나(‘결코’)’는 우연히 발견한 에스프레소 바의 단골이 된다. 그런데 이 카페에 드나든 지 한 달쯤이 지난 어느 날부터 한 청년이 자꾸 '그런데요'라며 말을 걸어온다. 인사도 맥락도 없이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 청년을 ‘그런데요’라고 부르기로 하고, ‘나’는 그의 이야기에 ‘결코’ 대꾸하지 않는다. 그때 카페 사장이 나 대신 ‘그런데요’의 말에 응답하고, 나는 늘 다정한 태도를 잃지 않는 사장을 ‘언제나’로 부르기로 한다. 밤의 거리가 환해지는 연말, 저마다 독특한 사연을 가진 ‘그런데요’와 ‘언제나’ 그리고 ‘결코’는 '캐럴과 알전구와 견디기 힘든 낙관주의의 습격으로부터 도피해' 엉뚱한 내기를 시작한다. 그것은 귤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먼저 귤을 까는 것. ‘나’는 누군가 귤실이라고 말할 때마다 귤락이 바른 표현이라고 정정한다. 취한 채 귤락 혹은 귤실을 까며 세 남자는 숨김없는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데. 김성중 작가의 〈귤락 혹은 귤실〉은 사소한 일탈을 꿈꾸는 독신자들의 휴일 한때의 풍경을 재치 있게 그려낸다.

<b>넘치게 붓고 단단한 눈덩이처럼 동그랗게
정용준, 〈겨울 기도〉
'흥분하고, 좌절하고, 자기애로 충만했다가 곧바로 자괴감으로 무너지는 몸과 마음'의 스무 살, 신경. 학교도 나가지 않고 연락도 두절한 채 한 고시텔에 숨게 된다. 학교 조교와 함께 고시텔을 찾은 엄마는 시종일관 짜증을 내는 딸 신경에게 직접 잡은 문어가 담긴 아이스박스를 건네고. 이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고시텔 관리인은 아이스박스를 버리려던 신경을 제지하고, 그 속에 든 문어를 손질하기 시작한다. 문어가 삶아지는 고소한 냄새에 고시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105호 여자는 다코야키를 만들어 신경에게 나누어준다. 다코야키를 먹으며 의식하지도 못했던 허기를 든든히 채우게 된 신경은 105호를 따라 다코야키를 만들게 되는데.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스무 살은 혼란한 마음을 어떻게 가누어야 하는지. 정용준 작가의 〈겨울 기도〉는 넘치고 성근 마음들을 한데로 모아 동그랗게 말아내는 겨울날의 작은 도약을 그린다.

<b>기다리는 마음으로 빚다 보면 어느새 쌓이는
은모든, 〈모닝 루틴〉
간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난 설날의 아침, 은하와 민주는 스트레칭을 하며 느긋한 오전 시간을 보낸다. 껄끄러운 친척들을 만나지 않고, 기름 냄새에 시달리며 억지 미소를 짓는 노동에서 해방된 것은 반가운 일이었으나,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자 명절 음식이 떠오른다. 허기를 대충 때운 채 고른 영화를 보다가 졸기를 반복하고 있던 민주와 은하에게 가족 모임에서 뛰쳐나온 성지가 명절 음식을 한 아름 들고 찾아온다.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만두를 빚는 설날. 만두피에 속을 넣는 것처럼 그 시간은 둘러앉은 사람들의 대화로 채워진다. 은하는 설날마다 늘 애정 어린 말을 건네던 생전의 할머니를 떠올리며 돌아오지 않을 풍경을 그리워하고, 성지는 쏟아지는 무신경한 질문 세례에 명절 탈출을 꿈꾼다. 이 또한 끝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화를 삼키던 성지를 기어코 눈물짓게 만든 조카의 한마디. 그런 성지를 환대하고 아늑한 도피처가 되어준 은하와 민주. 각자 다른 경험을 갖고 있지만, 같은 곤경을 공유하는 셋의 설 풍경은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현실로 다가온다.

<b>넓고 둥근 호떡의 앙금은 팥이 아니라 설탕
예소연, 〈포토 메일〉
예소연 작가의 (포토 메일)은 모여 있던 사람들의 훈기가 빠져나간 곳에 남은 이들의 풍경을 포착했다. 동생 재하가 떠난 뒤 3년간 찾지 않는 집에 둘이 남아 내밀한 신경증을 공유하는 ‘나’와 할머니. 어느 겨울밤, ‘나’는 애인 희민과 오래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케이드에 간다. 쇠락한 그곳에서 둘은 수상한 전자 매장에 들러 호떡을 먹는 두 아이의 대화를 VR 영상으로 감상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호떡에 든 앙금이 팥인 줄 알고 호떡을 먹지 않았던 영상 속 아이처럼, '내가 모르는 사이에 외면했을 아주 많은 기회'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동생 재하보다 더 가족처럼 살갑게 할머니와 ‘나’의 곁을 지키는 희민의 무구함을 바라볼 때마다 왜 마음이 술렁일까? 희민에게 마음에도 없는 가시 돋친 말을 던지는 ‘나’의 얼굴은 할머니의 얼굴과 어딘가 닮아 있을 것이다.

<b>유리병 속 켜켜이 포개진 달고 신 기억들
김지연, 〈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
새벽 어스름의 희부연 안개가 드리운 유자밭에서 ‘나’는 땅에 파묻혀 있던 타임캡슐을 발견한다. 그리고 함께 유자를 따고 있던 삼촌과 ‘파도’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을 황급히 부르는데. 삼촌은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었고, 파도의 사장은 남편과 사별했다는 비슷한 과거를 가졌지만, 가까운 이의 죽음 이후를 살아가는 사장과 삼촌의 태도는 어딘가 다르다. 타임캡슐을 열자 온통 썩어 문드러진 쓰레기 사이로 공벌레가 기어 나온다. 세 사람은 카페 파도에 모여 직접 딴 유자로 유자청을 담그기로 하고, 나는 섵탕에 포개어져 겨우내 썩지 않을 유리병 속 유자를 보며 영원의 의미를 잠시 헤아려본다. ‘나’의 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는 것처럼 능청스럽고 늘 숨김없는 태도로 불쑥 다가왔던 숙모. 나는 언젠가 우연히 들었던 숙모의 한마디를 기억한다. '사는 게 너무 달아--.'

<b>추신. 어떻게 하면 겨울을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매번 새로운 추위를 선사하는 겨울, 각 소설의 끝에는 이 계절을 잘 지내는 여섯 작가만의 방법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집에서, 바깥에서, 혼자 혹은 반가운 이들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음악과 간식을 곁에 두거나 미뤄왔던 대화와 일을 굴려가며 우리에게 다가올 추위를 마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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